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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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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성폭력의 안전지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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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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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
조회수 |
2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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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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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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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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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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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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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성추행과 성폭력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직장인 김아무개(여·25)씨는 최근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누군
가 지나치게 몸을 기대며 김씨의 몸을 더듬는 것이었다. 당황한 김씨
는 고개를 돌려 가해자로 보이는 40대 남성을 노려보았으나 가해자는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너무 놀라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김
씨는 하루 종일 불쾌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지하철 범죄 발생건수는 1128건으로 이 가운데
성추행·성폭력이 472건(41.8%)으로 가장 많았다. 성추행·성폭력 가
운데 2호선(38.7%)이 범죄 발생이 잦았으며 특히 사당(122건), 잠실
(88건), 신도림(78건), 종로3가(77건) 등 환승역이 범죄가 많았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지하철 내 성범죄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 역시 가해자를 신
고해 처벌받게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너무 놀라고 당황한 까
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성추행 피해를 겪고서도 많은 여성들이 신고를 하
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피해자 강아무개(여,
26)씨도 "(성추행 당시)너무 불쾌하면서도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를 몰랐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여성은 "내가 화를 내면 가해자가 위
협이라도 할까봐 두려웠다"며 "결국 신고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았
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권주희 간사는 "많은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성추행
을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고 싶어 하고 실제로도 하고 있
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가해자가 발뺌을 하거나 오히려 위협을 가
할 수 있다는 걱정과 두려움, 신고를 하려 해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
을 받지 못한 채 가해자를 놓치게 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서 적극적인
대처를 주저하는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피해를 당하고 성추행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
고 싶어도 쉽게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서 "지하철 내 꾸준한 성추행
방지 방송 등을 통해 성추행이 커다란 범죄라는 걸 모든 승객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피해자가 겁이 나 신고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씨도 "지하철 내에 위험시 대피요령을 설명해 놓았듯이 성추행에 대
해서도 대처 요령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하철 내 방송은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위는
삼가 주십시오"라는 미온적인 표현이 그치고 있어서 현실적인 예방책
은 되기 어려워 보인다.
권주희 간사는 "지하철 방송에서 ''성폭력''이나 ''성범죄''라는 단어
를 사용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성
추행 방지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성추행 방지 홍
보를 해야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피해자를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연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는 지하철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1992년에 도입
돼 지하철 1호선 일부구간에서 운영 중인 여성·노약자 전용칸은 복잡
한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2,30대 여성들에게 환영을 받은 바
있다. 동시에 역차별이라는 반대여론과 홍보 부족으로 실효성이 없다
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여성은 "그냥 노약자 칸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그래도 적극적으
로 홍보를 하면 여성들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다
른 여성은 "여성 전용칸에서 남자 승객에게 성추행을 당한 친구가 있
다"면서 "이름만 전용칸이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
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권주희 간사는 "성범죄는 여성과 남성을
분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 전용 칸이 성추행을 막
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근 시간에 어렵게 가해자를 잡
아서 경찰서까지 가도 처벌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성추행을 가벼
운 범죄로 여기는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내 성추행을 해결하는데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
다. 이러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뿐이 아니라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
른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미정 기자 (kkaae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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