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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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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는 아빠·엄마가 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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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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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조회수 |
1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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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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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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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umo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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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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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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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는 아빠·엄마가 맡는다”
개학 앞두고 방학숙제 매달리는 학부모들
대기업 계열사 김모(45) 부장은 요즘 점심 시간 등 틈나는 대로 인터
넷을 검색해 뇌질환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져 한가한 시간이면 김 부장은 본격적으로 ‘논문’ 작성을 시작한
다. 주제는 엉뚱하게도 뇌졸중 예방에 관한 연구.
“아들 방학숙제 중 ‘과학탐구보고서’라는 것이 있어요. 연구 동
기, 방법론, 실제 현상, 추론과 결론 등의 정식 논문형식을 갖춰야 한
대요. 아이에게 무리다 싶어 조금만 도와주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내
숙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개학이 낼모레인데 정말 미치겠습니다.”
김 부장은 “주변에서 방학숙제 소재를 찾으라고 해 마침 친척 중 한
분이 지난달 뇌졸중으로 쓰러져 ‘생활주변’의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
는데 막상 중학생 수준으로 그럴듯하게 쓰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개학이 다가오면서 학생들이 아닌 학부모들이 밀린 방학숙제를 하느
라 분주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어학연수·학원수업 등으로 방학
때가 더 바쁜 자녀들을 대신해 투입 시간에 비해 산출(성적 반영)이
적은 귀찮은 방학숙제를 학부모들이 떠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미술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또래 아이들과
30~40대 주부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김모(여·41·서울 은평구)
씨는 “미술 전람회에 두 번 갔다와야 한다는 방학숙제 때문에 할 수
없이 중1 아들을 데리고 같이 나왔다”며 “곧바로 강남쪽에 있는 미
술관에 가야 하는데 차가 막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미술관에 있는 아주머니들 상당수는 나처럼 개학에 쫓겨 아이들 숙제
때문에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카이스 갤러리 윤태건 실장은 “방학숙제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
접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학부모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미술관
에 잠시 들러 전시 카탈로그만 들고 가는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관계자는 “방학 초만 해도 아이들이 직접 봉사할 거리가 없냐고 찾아
왔는데 지난주부터는 학부모들이 직접 찾아와 ‘어떻게든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자녀 방학숙제인 공공기관
봉사를 위해 나선 경우다.
대기업 D사 박모(43) 과장에게도 몇 일 전 방학숙제 민원이 접수됐
다. 박 과장은 “친구가 ‘아들 방학숙제 중에 닮고 싶은 사람과 만
나 인터뷰를 하는 게 있는데 급하다’고 해서 회사 임원을 소개시켜줬
다”고 말했다. 그는 “막바지에 몰린 학부모들이 많은지 다른 회사
에 근무하는 친구도 비슷한 청탁을 받았다 했다”며 “숙제의 취지야
공감하지만 요즘 교육 풍토에서는 결국 학교에서 부모에게 숙제를 내
주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방학숙제를 대신해 주느라 땀을 흘리는 학부모들은 “인터넷에 돌아다
니는 3만~4만원짜리 방학숙제를 ‘구입’해 주는 것보다는 훨씬 더 교
육적”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기행문·독후감 등 주제별
로 다양한 방학숙제 대행 서비스가 넘쳐난다.
(염강수기자 ksyou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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