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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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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이혼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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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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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
조회수 |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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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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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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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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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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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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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오랜 세월 화목하게 살았으니 이제 거두어 가소서. 저는 아
내의 무덤을 보고 싶지 않고, 아내 또한 저를 묻고 싶어하지 않습니
다. ” 착한 노(老)부부 필레몬과 바우키스에 감복한 제우스가 “소망
이 무엇이냐”고 묻자 필레몬은 아내와 한날한시에 죽게 해달라고 한
다. 부부는 함께 세상을 떠나면서도 서로 어루만지며 “여보, 잘 있어
요”라고 인사한다. 제우스는 부부를 참나무와 보리수로 만들어 마주
보게 한다.
▶현진건의 신변소설 ‘빈처(貧妻)’에서 ‘나’는 아내가 아침거리
를 장만하려고 전당포에 잡힐 모본단(模本緞·고급 비단) 저고리를 찾
는 것을 보며 처량해진다. 아내는 잠시 속물스런 유혹에 빠지기도 하
지만 무능한 소설가 ‘나’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인내한다. 물질보
다 정신적 행복으로 자족하는 ‘부부’는 현진건과 이순득 부부의 실
제 모습이다.
▶필레몬과 바우키스의 그리스신화에서 부부의 이상(理想)은 함께 죽
음을 맞는 것이다. ‘빈처’는 조강지처의 소중함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혼 권하는 사회’에선 공허할 따름이다. 30년대부터 반
세기를 풍미한 ‘재즈의 퍼스트레이디’ 엘라 피츠제럴드의 남편은 그
녀가 벌어오는 돈만 노렸다. 판사가 이혼 판결을 내리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냥 ‘A-Tisket, A-Tasket’(피츠제럴드의 히트곡)이나 계
속 부르세요. 남자는 잊어버려요. ”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16만7천쌍이 이혼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하루
835쌍이 결혼하는 사이 458쌍이 이혼한 셈이라 한다. 이혼이 어제오
늘 문제는 아니지만 1년 새 15%나 늘었다는 게 심상찮다. 5년만 지속
되면 갑절로 불어나는 무서운 증가율이다. 민법 840조가 규정한 여섯
가지 이혼사유의 1호는 부정(不貞)이다. 요즘엔 6호 ‘기타 사유’에
따른 이혼이 44%로 압도적이다. 성격 차이, 성(性)·경제 갈등 들이
다. 그만큼 서로를 참아내지 못한다.
▶미국의 가족 카운슬러들은 컴퓨터 채팅으로 부부싸움을 해보라고 권
한다.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싸울 때와 달리 메시지가 차근차근 전달
된다. 그러면서 상황이 진정되고 이성도 되찾을 수 있다. 말로 마음
을 다치게 하기는 쉽지만 그 말이 모니터에 뜨면 달라진다는 얘기다.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엔 눈을 반쯤 감으라는 말도 있
다. 결혼이란 여러 번에 걸쳐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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