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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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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박근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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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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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
조회수 |
17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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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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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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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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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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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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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콩코르드광장에는 이집트에서 옮겨 온 높이 30ｍ짜리 첨탑, 오
벨리스크가 서 있다. 그 위용은 기원전 1490년경부터 20년 동안 이집
트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끈 파라오 하쳅수트의 통치력을 상징한다.
‘왕의 딸, 왕의 아내, 나라의 여주인. ’ 관뚜껑 명문(銘文)이 말하
듯 파라오 투트모세 1세의 딸 하쳅수트는 이복오빠이자 남편인 투트모
세 2세가 죽자 왕권을 쥐었다. 그녀는 최초의 2세 여자 지도자, 그것
도 위대한 통치자였다.
▶인도 초대 총리 네루의 옥중 편지를 모은 ‘세계사 편력―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는 세계적 명저(名著)로 꼽힌다. 자
식에게 정치·사상·조국·인생 같은 삶의 가치를 깨우치는 훈육지침
으로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네루의 옥중 이야기 상대는 외동딸 인디
라 간디였다. 19세 때 인도 국민회의파에 입당한 간디는 훗날 두 차례
나 총리를 지냈다.
▶쿠데타나 암살로 축출된 국가 지도자의 딸과 아내가 ‘정치 혈맥(血
脈)’을 잇는 현상은 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 대통령, 미얀마 독립의 아버지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
치, 쿠데타로 교수형을 당한 파키스탄 부토의 딸 베나지르 부토 총
리, 암살된 스리랑카 반다라나이케의 아내 시리마보 총리와 딸 쿠마라
퉁가 대통령…. 얼른 꼽아도 10명을 넘는다.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된
박근혜 의원도 공화당 총재였던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첫 부녀 당수라
는 기록을 우리 정치사에 올렸다.
▶여권신장이 더딘 아시아에서 여자 정치인의 가문 승계현상이 유별나
다는 건 역설적이다. 구멍가게 둘째 딸 대처처럼 서구 여성 지도자 가
운데 자수성가형이 많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집안을 중시하는 아시아
인들에겐 이들이 여자이기 앞서 가문의 후계자로 비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행한 가족사를 배경으로 국민들의 공감과 동정을 쉽게 얻는
탓도 있을 것이다.
▶파라오 하쳅수트의 조각상들은 그녀가 남자 옷을 입고 인조 수염을
달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여류 작가’라는 호칭
에서 ‘여류’라는 수식어가 사라졌듯 여성 정치인들도 ‘정치인’으
로서 승부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박 대표가 자신의 어깨에 얹힌
‘박정희의 딸’이라는 후광을 짐으로 여기기 시작할 때 ‘정치가 박
근혜’는 비로소 진정한 출발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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