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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싶은 사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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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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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조회수 |
15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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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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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umo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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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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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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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싶은 사회로… (조선일보. 2003.08.15)
15일 오전 낯선 번호가 휴대전화에 찍혔다. 본인의 이름을 ‘김기식’
이라고 밝힌 그는 “결혼 적령기의 딸이 둘 있다”며 “조선일보가 연
재한 ‘아이 안 낳는 사회’ 시리즈를 보고,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
다”고 했다.
그는 “출산율이 떨어지면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이다. 그렇지
만 이렇게 살기 힘든 나라에서 내 딸들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권할 마
음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가임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
다. 이 출산율이 지속되면 20년 후, 삼성전자 규모의 회사 67개가 인
력 부족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또 초등학교 1000개 정도가 사라져야
한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소득 2만달러’ 시대와는 영영 작별이
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그저 젊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한 탓만은 아니다. 시리즈가 나가는 동안 특별취재팀에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아이 낳을 엄두가 안 난다”는 이메일이 100
통 넘게 들어왔다.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책
임’으로 생각하는 다른 나라로 이민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쏟아졌다.
물론 이렇게 힘든 출산·육아 환경이 이번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동안 정권을 잡는 것에만 목표를 두고, 준비 없이 시간을 보낸 모
든 정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6개월
이 다 돼가는데,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을 견디자’는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라, 정부가 키워주겠다’던 노 대통령의 공약(空約)을 믿었던 사람들
은 또 한번 좌절하고 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前) 프랑스 대통령은 “2세의 출산을 책임지지 못
하는 국가는 (후손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자리
는 임기 5년이 아니라 최소 50년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곳이다.
(허인정·사회부기자 nju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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