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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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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의 비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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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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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조회수 |
3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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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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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umo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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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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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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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의 비극’… (2003.05.05)
▲ 혼혈 1세인 김부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씨는 “날 항상 믿고 지지
해 준 아내와 훌륭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내 삶의 비극을 극복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天安=張準城기자
관련특집- 마이너리티 리포트
김부원(56)씨는 충남 천안에서 지게차 운전을 하며 팔순 노모(老母)
와 부인, 두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혼혈인 가장이다.
펄벅재단 김승목 대표는 “피부색만 다르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과 비
슷했을 그의 삶은, 혼혈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꼽
히고 있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업과 화목한 가정, 잘 자란 아이들
을 가진 혼혈인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1947년 파티에서 만난 미군 부사관 아버지와 부산 큰 포목점 딸
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리 어머니는 사람들이 날 쳐다
볼 때마다 ‘얘는 주어온 아이다’, ‘그냥 받아서 키우는 거다’라
고 말하곤 했습니다. 정말 섭섭하고 원망스러웠지요.”
중학교 때부터는 아예 어머니와 떨어져 외삼촌 막내아들로 입적돼 살
았다. 스무살 되던 해에는 외숙모의 홀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
와, 경기도 부천에 있던 혼혈인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는 “나 혼자만
의 힘으로 살기 위해 군에 자원 입대해 베트남에도 다녀오고, 본격적
인 직업 훈련도 열심히 받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어머니도 6년 전 모셔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사기를 당한 후유증으로 치매 증세까지 보여 그의 도움이 절
실했다.
“혼혈인의 고통도 컸겠지만, 그 혼혈인을 낳은 부모 심정도 정말 고
통스러웠을 겁니다. 그 사람들도 일종의 희생자들이지요. 나이 들고
애들을 키워보니까 어렴풋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더군요.”
저녁 시간 내내 묻는 말에만 간간이 대답을 하던 그는, “중요한 건
외모나 겉모습이 아니라 정신입니다. 혼혈인 스스로 위축되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산다면 그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안 그렇습
니까”라며 오히려 기자를 위로했다.
국제화, 세계화를 부르짖는 지금도 혼혈인의 비극은 끝나지를 않고 있
다. 80년대 중반 미국이 한시적으로 이민법을 수정, 혼혈인 3000여명
을 받아들였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 정착에 실패해 되돌아왔다.
또 ‘어머니와 헤어지기 싫어’ 이 땅에 남았던 이들의 슬픈 역사는
자식들에게 되물림되고 있다.
펄벅재단이 2001년 재단에 속한 혼혈아동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
무 교육인 초·중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혼혈 아동은 무려 전체의
26.9%에 달했다. 혼혈 아동 1세의 경우 83%가 편모 슬하에서, 나머지
17%는 조부모나 이웃들이 양육하고 있었으며, 양친과 살고 있는 아동
은 단 한명도 없었다.
김승목 대표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는 혼혈인을 ‘태어나
지 말았어야 할 출생’으로 여기게끔 암묵적으로 강요해온 것이 사
실”이라며 “술집이나 식당 등이 아니면 취직하는 것도 쉽지 않아 가
난을 대물림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혼혈 아동들에게 큰 도움이 됐던 펄벅재단의 학비와 생활비 보조금도
올해부터는 완전히 끊긴 상태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OECD 회원
국이 되면서 미국 본부로부터의 후원금 지급이 중단됐다”고 했다. 우
리나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매년 지원하던 돈도 한 단체에 3년 넘
게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끊겼다.
김 대표는 “독일은 종전(終戰) 후 미국과 SOFA(주둔군 지위협정)를
맺을 때 혼혈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의 비용을 자국과 미국이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며 “더 이상 우리 정부가 비극적인 역사의 증인인
혼혈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취재를 마무리지을 무렵, 혼혈아동을 돌보는 이지영 사회복지사가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57)와 함께 살고 있는
백인계 혼혈아동 건희(10)에 대한 이야기였다.
“건희는 매일 ‘엄마 죽지마, 엄마 죽을 것 같아’ 하고 웁니다. 학
교에서 ‘미국놈’이라고 놀림당하고 울고 들어오는 건희에게 더 이
상 따뜻하게 어깨를 두드려줄 엄마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우울해집니
다. 신이 있으면 건희를 좀 돌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어린아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요.”
(허인정 기자 njung@chosun.com )
(장준성 기자 peac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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