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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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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事라고 참는게 여자의 도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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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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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
조회수 |
17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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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webmaster@hanbumo.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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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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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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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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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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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문제 범죄성립 유무
애인을 폭행하고 나체 사진을 찍어 협박한 정모씨에 대한 경찰의 구속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 서부지법 판사는 “두 사람이 결혼
을 전제로 6년간 사귀어 온 사이인만큼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라는 의
미에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며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집에 나체사
진 찍은 디지털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까지 시켜놓은 정모씨다. 그에
게 판사는 애인과 관계를 ‘회복할 시간’을 주었다.
1999년 10월 말, 칼로 위협하는 남편의 폭력 앞에 다급해진 김모씨는
112에 신고를 했다. “가정사이니 두 사람이 잘 얘기하라”는 대답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그 이후에도 죽음에 가까운 폭력의 위협을
느낄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 나온 경찰은 김모씨를 ‘달래
고’ 되돌아갔다.
그로부터 1년 뒤 폭력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한 여성이 서울 강동경찰
서에 구속됐다. 목숨이 위태로운 다급한 상황 앞에서 “관계 개선을
하라”고 달래던 경찰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피해자가 아닌 살인자
로서였다. 경찰이 김모씨 부부에게 주었던 시간은 결국 ‘무력한 피해
자를 살인자로 만들어 낸 시간’이었다.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모씨에게 검사
는 “피고인이 이혼소송을 취하케 하여 재결합할 의도로 피고인을 찾
아온 점으로 미뤄볼 때, 피해자 남편은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가
장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양형이 부당하다(적다)”는 항소를 제기
했다.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이혼 소송을 취소하라고 협박했던 남편이다. 그
를 ‘관계 개선’하려는 가장으로 무대에 등장시킨 것은 여성에게 참
을 도리를 강조하는 가부장적 성역할 문화이다. 끔찍한 폭력의 위협
앞에서 피해자의 ‘맞지 않을 권리’를 강조하는 것이 정의인가, 관계
의 지속을 위해 피해자에게 ‘참을 도리’를 강조하는 것이 정의인
가?
(민가영 홍익대 강사)
200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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