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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더라도 가족처럼 함께 사는 게 행복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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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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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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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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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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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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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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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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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 10일 오후 4시 서울 역촌동 ‘요한
의 집’. 정기성(가명·9)군은 신발을 벗자마자 후다닥 냉장고로 달려
가 우유를 꺼내 마셨다. 여느 아동복지시설에서 정해진 급식시간에 맞
춰 간식을 챙겨먹는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저도 왔어요!” 윤상미
(가명·11)양은 가방을 내려놓더니 알림장을 꺼내 쪼르르 할머니 앞으
로 가져갔다. “어디 보자…. 내일 미술시간이 있으니까 물감이랑 팔
레트 꼭 챙겨줘야겠다.” 상미는 “매일 알림장 검사받으니까 준비물
빠뜨리는 일은 절대 없어요”라며 씩 웃었다.
‘요한의집’은 김봉현(72)·박처성(69)씨 부부가 운영하는 보육시설
이다. 3살 임연수(가명)양부터 13살 이승주(가명)양까지 모두 ‘피
안 섞인’ 가족이다. 12명 모두 부모가 이혼하면서 서로 떠밀다 이곳
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아이들 표정은 그늘 하나 없이 해맑
기만 했다. 김씨 부부가 시설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헌신적으로 애
정을 쏟은 결과다.
마냥 밝기만 한 아이들과는 달리 ‘할아버지’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 원장은 “내년 7월까지 월세를 전세로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을 내
보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2005년 7월까지 시설 기준에 맞추지 않
으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부모로부터 한 차
례 버림받은 아이들로서는 두 번 버려지는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이다.
▲ “우리집 문 안닫게 해주세요” 10일 오후 서울 역촌동 ‘요한의
집’에서 박처성(69) 할머니와 어린이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요한의 집’에서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맡겨진 12명의 아이들
이 ‘할아버지’ 원장님과 함께 가족처럼 살고 있다. /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월세 100만원짜리 집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알콩달콩 살면서 전혀 불
편한 거 모르고 살았습니다. 월세냐 전세냐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수급자 보조금과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
되는 형편에 내년 7월까지 전셋값 2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느냐
는 하소연이다. 원장은 “시설만 갖춰놓으면 아이들에게는 밥을 먹이
든 죽을 먹이든 상관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6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참사랑의 집’. “우리 아들 언제 와?” 멍
하니 방바닥만 쳐다보던 여윤자(가명·78)씨가 다짜고짜 김종립(60)
원장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아드님 어제 다녀가셨잖아요.” 김 원장이 달래봐도 여씨
는 막무가내다.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누구 아픈 자
식은 없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집에 가고 싶어….” 여씨는 늘
‘아들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여씨는 8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여씨를 돌아가며 돌보던
자녀들은 4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김 원장을 찾았다. 아들 넷이 모두
맞벌이로 근근이 밥만 먹고 사는 형편이라 하루 종일 여씨만 돌볼 수
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설에 들어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들
이 멀쩡히 살아 있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가가 운영
하는 노인시설에서는 여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여씨는 미신고시
설인 이곳에 맡겨졌다.
‘참사랑의 집’에는 여씨 같은 뇌졸중 환자 7명을 포함, 모두 15명
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에 몸을 가누기도 힘든 중증
장애인. 환자들의 자녀들은 500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받는 시설조차
살림에 버거워, 보증금이 없는 이곳을 찾는다.
숟가락 들 힘도 없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밥을 먹여주고 씻기고 대소변
까지 받아내야 하지만, 자원봉사자 한 명 없이 김 원장 혼자 모든 일
을 해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아내가 척추를 다쳐 자리에 누우면서
주변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해 6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며 “혼자
힘으로는 벅차 돈을 주고 간병인을 써봐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뛰쳐
나간다”고 했다.
김 원장은 최근 미신고 시설인 ‘참사랑의 집’을 신고시설로 전환하
기로 했다. 김 원장 소유의 땅에 화성시청 명의의 건물이 들어서 재산
권 행사를 할 수 없게 되지만, 김 원장은 상관없다고 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된다면 건물이 누구
소유든 무슨 상관이겠어. 다만 건물은 커지고 운영비나 간병인 지원
은 없다니…. 막막할 뿐이지.”
인천시 부평구 ‘소망원’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이곳 산하 시설 중 3
곳은 2002년 이후 만들어져 아예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당장 올 12월
이면 이곳에 살고 있는 노인과 장애인 100여명이 거리로 나앉을 판이
다. 소망원 김기성 원장은 “정부는 데리고 있는 사람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하는데 갈 곳이 있으면 우리 시설까지 왔겠느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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