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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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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민영환과 송병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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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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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
조회수 |
24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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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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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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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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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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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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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 없이 남의 집에 얹혀 얻어먹고 지내는 사람’이 ‘식객(食
客)’이다. 그러나 공짜는 없는 법이다. 하는 일이 없으면 입으로 아
첨하고 교태를 떨어서라도 밥값은 해야 하는 게 인간사다. 한말 최고
권세가문인 민씨 집안의 중심인물이자 국왕 시종무관장이었던 민영환
(閔泳煥)과 그 집의 식객이었던 송병준(宋秉畯)의 관계가 그랬다.
▶“병준아, 네가 민충정(閔忠正) 문하에 들어가 여러 해를 지내어 충
정공이 턱끝으로 가리키면 네가 그대로 하며, 손끝으로 부르면 네가
‘예 예’ 하던 놈이 아닌가. ” 당시의 ‘대한매일신보’ 논설은 민
영환 앞에서 머리 조아리며 기식(寄食)하던 시절의 송병준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1905년 을사조약 때 민영환은 울분을 참지 못해 자결하고,
송병준은 노골적 매국활동의 대가로 농상공부대신 내부대신으로 승승
장구하며 일신의 영화를 누림으로써 상황은 반전됐다. 민영환에겐 인
천 부평에 ‘목양사’란 이름의 거대한 농장이 있었다. 그런데 민영환
의 자결 후 어떤 경위로 해선지 이 땅이 송병준에게 넘어갔다. 당시
의 신문은 “땅을 빼앗긴 민씨의 부인과 5남매 등 유족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굶어죽을 지경에 처해 있으나 송병준은 일진회의 돈으로 땅을
사들였다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 이 땅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민영환 후손과 송병준
후손들 사이에 벌어졌다. 문제의 땅은 1945년 광복 후 국유지가 돼 미
군부대 영지(캠프 마켓)로 사용돼 오다가 2008년 반환 예정으로 있
다. 이를 계기로 송씨 집안에서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반환소송을 내
자 민씨 집안에서 “식객으로 있던 송병준이 1908년 민영환의 어머니
를 속이고 협박해 이 땅을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민영환은 망국의 위기에 처하자 “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욕됨이 바
로 여기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경쟁하는 가운데 모두 멸
망하려 하는도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병준
은 나라를 팔아먹는 데 기여한 공로로 일본 국왕이 주는 금시계와 10
만원(현재의 10억원 상당)의 은사금, 자작(子爵)의 직위, 홋카이도의
광대한 목장 등을 하사 받았다. 세도가에 얹혀살던 식객 습성이 교태
의 대상을 내 나라를 넘보는 제국주의 국가로 바꾸었던 것이다. 100년
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두 집안의 엇갈린 운명이 우리 마음속에 갈
대밭 스치는 수선스런 바람을 일게 하는 듯하다.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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